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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리포트] 어리다고 변화구 던지면 정말 안 될까요?

야구를 즐기는 팬이라면 이런 통념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으리라. "어릴 때 변화구 던지지 마라."많은 야구팬들은 어린 선수들의 변화구 비율이 높은 걸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몸이 덜 영글어진 상태에서 팔 부담이 커져 부상 위험도가 성인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다.이는 팬들의 '느낌'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 집단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미국 스포츠의학연구소(ASMI)와 메이저리그(MLB) 사무국 또한 투구 가이드라인 '피치 스마트(Pitch Smart)'를 통해 청소년 투수의 변화구를 제한했다. 이에 따르면 사무국은 9세에서 12세 사이 선수는 직구와 체인지업 외 구종 투구를 자제하도록 권장한다. 가이드라인은 이후 18세까지는 직구와 체인지업이 자리잡은 후 커브 등의 브레이킹 볼을 연마하도록 하고, 19세 이후에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역시 이에 발맞춰 지난 2017년부터 유소년 선수들의 변화구 금지를 추진한 바 있다.위 내용만 보면 그간 관념적으로 알아 온 '어린 투수가 변화구를 던지는 건 위험하다'는 인식이 맞아 보인다. 어린 선수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은 분명 훌륭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변화구가 정말로 아이들에게 마냥 해로운 존재일까? 변화구가 위험하다는 인식만큼 관련 연구의 역사도 오래 됐다. 앞서 언급한 ASMI는지난 2002년 미국 스포츠 의학 저널을 통해 관련 내용에 대한 첫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특정 구종이 어깨 및 팔꿈치에 통증을 유발하는지를 476명의 9~14세 투수들을 대상으로 한 시즌 간 조사했다.연구 결과 커브를 던질 때 어깨 통증 위험도가 52%, 그리고 슬라이더를 던질 때 팔꿈치 통증 위험도가 86% 증가했다. 이 나이 때 선수들은 분명 변화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다만 이와 동시에 투수가 한 시즌 동안 던진 투구 수 역시 팔꿈치 및 어깨 통증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추가로 공개한 연구들은 기존 결과와 다소 상반된 내용들이었다. 우선 2008년 ASMI 연구진은 '유소년 야구공의 생체역학적 비교: 커브볼이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답은 '그렇지 않다'였다.총 3가지 구종(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팔꿈치와 어깨에 걸리는 부하는 패스트볼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부하가 가장 적은 건 체인지업이었다. 커브가 패스트볼보다 위험하다는 명확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2010년 논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당 연구는 10년간 유소년 481명을 추적해 부상을 정량화했다. 연구는 투구 수 증가, 어린 나이에 커브 던지기, 그리고 포수 겸업이 부상 위험을 높인다는 총 3가지 가설을 세웠다.연구 결과 부상과 가장 관련 깊은 건 투구 이닝이었다. 1년에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은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3.5배 가량 부상 위험도가 더 높았다. 반면 커브가 유소년 투수의 부상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는 이번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02년 ASMI가 처음으로 세웠던 가설과는 반대 결론이다.ASMI뿐만 아니라 드라이브 라인 베이스볼 등 다른 기관들의 결론도 비슷하다. 많은 투구 수를 가장 큰 부상 요인으로 꼽고 있다. 또한 구종 가운데 가장 강한 부하가 걸리는 공으로 변화구가 아닌 패스트볼로 꼽았다. 빠르게 던져야 하는 만큼 팔 부하를 피할 수 없는 탓이다. 현대 야구에서 세심한 관리를 받으면서도 토미 존 서저리 등으로 투수들이 이탈하는 것은 점점 빨라지는 구속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여전히 어린 선수가 변화구(커브)를 던지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SMI 소속 글렌 플레이식 박사는 "커브볼이 안전한지 묻는 것은 잘못된 질문일 수 있다. 질문은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할 수도 있다. '그걸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가?' 너무 많이 던지는 게 부상으로 이어지고 종종 심각한 부상을 초래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뉴욕 양키스의 건강 및 퍼포먼스 디렉터로 활동 중인 에릭 크레시 역시 "커브가 좋은 아이는 남용될 확률이 높다. 코치가 승리를 위해 그를 계속 던지게 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베이스볼 싱크탱크의 란츠 휠러 대표는 "어린 나이에 커브를 던지는 투수의 가장 큰 문제는 부상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당장의 성공 때문에 강하게 던지는 법(패스트볼 던지는 법)을 배울 시기를 놓치는 것"이라고 칼럼을 통해 밝혔다.이는 곧 새삼스럽지만, 중요한 사실들을 일깨워 준다. 어린 나이에 많은 공을 던지는 행위가 그 무엇보다 위험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생각한 만큼 변화구 자체는 그렇게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소년의 변화구 구사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연구의 결과가 주로 커브에 집중됐고 슬라이더 등 다른 구종에 대한 자료는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핵심은 유소년 선수 부상을 방지하려면 '무슨 공을 던지냐'가 아니라 '얼마나 던지냐'에 있다. 결국 지도자가 눈앞의 성공이 아닌 미래를 볼 줄 안다면 변화구 조금 던진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변화구는 잘못이 없다. 잘못 활용하는 사람이 있을 뿐.정세윤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 2023.06.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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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데스파이네 효과...새 '이닝 이터' 필요해

지난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보류선수' 제외 명단에는 지난 3년(2020~2022) 동안 KT 위즈 소속으로 뛴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5)도 포함됐다. KT는 이미 지난달 24일 오른손 투수 보 슐서를 영입해 두 자리 중 한 자리를 채웠다. 2022시즌 뛰었던 웨스 벤자민과도 재계약 협상에 들어갔다. 포스트시즌 선발진에서 제외했던 데스파이네와는 이미 결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을 앞두고 KT 유니폼을 입었다. 15승 이상 거둬줄 에이스가 필요했던 KT는 2019시즌 11승을 거둔 라울 알칸타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데스파이네를 선택했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 15승 8패,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하며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KT가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21시즌도 13승(10패) 평균자책점 3.39를 남기며 나쁘지 않은 페이스를 보여줬다. 이강철 KT 감독은 2020시즌 중반 "데스파이네가 많은 승수뿐 아니라 선발진 리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국내 선발 투수 배제성·소형준·김민수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체력 저하·슬럼프 관리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젊은 투수들에게 데스파이네의 존재는 큰 힘이 됐다. 정확히는 '4일 휴식 뒤 등판'이라는 루틴을 고수하는 데스파이네 특유의 성향이 의도치 않게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휴식일(월요일)이 정해져 있는 KBO리그에선 선발 투수 대부분 5일 휴식 뒤 등판한다. 화요일에 등판하는 투수만 4일 휴식 뒤인 일요일에 출격한다. 데스파이네의 등판 간격을 맞춰주기 위해선 국내 투수가 등판을 미뤄야 했다. 이들의 등판 준비 루틴이 흐트러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 효과가 더 컸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 최다 등판(35번)과 최다 이닝(207과 3분의 2)을 기록했다. 2021시즌도 33경기에 나서 이닝 소화 부문 리그 1위(188과 3분의 2)에 올랐다.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막아준 덕분에 불펜진 관리도 수월했다. 올 시즌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경험을 쌓은 KT 국내 투수들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자신의 루틴이 지켜지길 바랐다. 결국 후반기부터 데스파이네는 자신의 루틴을 지키지 못했다. 감독과 코치 입장에선 데스파이네보다 더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국내 투수들을 먼저 관리해야 했다. 데스파이네의 투구 위력은 이전 2년보다 떨어졌다. KT가 그와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다. 이 결정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숙제도 생겼다. 난타를 당하면서도 이닝을 막아주던 데스파이네가 떠나면서 그 부담을 불펜진이 안게 됐다. KT 선발진은 최근 3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2436)을 소화했다. 2위 삼성 라이온즈가 기록한 2335와 3분의 1이닝 보다 100이닝 더 많았다. 3년 연속 30경기 이상 등판한 데스파이네의 공이 컸다. 당장 2023시즌은 '이닝 이터' 공백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3년 이상 위력을 유지하는 불펜 투수가 드문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데스파이네의 자리를 채우는 새 외국인 투수는 물론 국내 투수들이 이전보다 많은 이닝을 막아줘야 한다. 마침 고영표, 소형준은 승수보다 이닝 욕심이 더 많다. KT 마운드 운영에 꽤 큰 영향을 미쳤던 선발 투수가 떠났다. 2022시즌 KT 레이스 키포인트다. 안희수 기자 2022.12.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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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수원]'미란다 대체 선발' 박신지, 4⅓이닝 5실점...5회 고비 못 넘겨

아리엘 미란다의 빈자리를 메운 두산 베어스 오른손 투수 박신지(23)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박신지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 3연전 3차전에서 4와 3분의 1이닝 동안 6피안타 2볼넷 2사구 5실점을 기록했다. 4회까지는 잘 버텼지만, 5회 1사 뒤 연속 출루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넘겼다. 타선은 그가 마운드 위에 있을 때 1점도 지원하지 못했다. 구원 투수가 박신지의 책임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며 실점이 늘었다. 박신지는 1회 말 고전했다. 1사 뒤 김민혁에게 좌전 안타, 후속 앤서니 알포드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4번 박병호와의 승부에서는 사구를 내줬다. 1사 만루에서 장성우를 상대했지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황재균에겐 포심 빠른 볼(직구)이 가운데로 몰리며 좌전 안타를 맞았다. 순식간에 3점을 내줬다. 그러나 이후 잘 버텨냈다. 김준태와 오윤석을 각각 포수 파울 플라이와 삼진으로 잡아내며 1회를 마쳤고, 2회도 1사 1·2루 위기에서 알포드와 박병호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3회는 삼자범퇴로 막아냈고, 4회는 2사 뒤 배정대에게 내야 안타를 내줬지만, 앞서 안타 2개를 맞은 김민혁을 2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5이닝은 채우지 못했다. 5회 말 1사 뒤 박병호에게 다시 사구를 내줬다. 후속 장성우에게는 중전 안타를 맞았다. 결국 1회 적시타를 맞은 황재균의 타석에서 임창민과 교체됐다. 기출루자는 모두 홈을 밟았다. 임창민은 황재균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고, 다시 바뀐 투수 이현승이 만루에서 나선 대타 장준원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이닝 2번째 실점. 스코어는 0-5로 벌어졌다. 경기 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박신지가 당장 100이닝 이상 던질 순 없을 것 같다. 80구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4회까지 63구를 기록, 충분히 5회를 채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KT 중심 타선을 막지 못했다. 박신지는 2군으로 내려간 미란다의 선발 순번에 대신 나섰다. 당분간 대체 선수로 나설 전망이다. 미란다는 6월 25일 KIA전에서 1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박신지는 그보다는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수원=안희수 기자 2022.07.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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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특별 보호, 이민호 "올해 로테이션-최소 130이닝 목표"

LG는 이민호(20)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그를 특별 관리한다. LG 지휘봉을 새로 잡은 류지현 감독은 "우리 팀의 큰 자원이다. 그래서 더 신경을 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97⅔이닝을 던진 이민호의 올 시즌 목표는 최소 130이닝 이상 투구다. 특별한 부상만 없다면 이민호는 올 시즌에도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할 것이 유력하다. 다만 등판 간격은 미지수다. 2020년 1차 지명을 받고 LG에 입단한 이민호는 지난해 선발로 등판한 다음 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1군 선수들과 함께 다녔지만, 엔트리 재등록이 가능한 열흘이 지나 다시 마운드에 오르곤 했다. 그는 "열흘 만의 등판으로 엄청나게 큰 효과를 봤다. 아마도 (정상적으로 5일) 로테이션을 돌았으면 (프로에)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운 좋게 관리를 받았고, 그 덕에 좋은 성적을 올린 것 같다"라고 했다. 신인상을 받은 동갑내기 KT 소형준(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을 보며 이민호는 "'어떻게 신인이 5일 로테이션을 소화할까'라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올 시즌 이민호의 등판 간격은 지난해보다 당겨질 전망이다. 류 감독은 "이민호가 25경기 정도 선발 등판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민호는 지난해 16차례 선발 등판했다. 이민호도 각오하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도 잡았다. 그는 "일단 선발진에 진입하고, 정상 로테이션을 돌아야죠"라고 웃었다. 이어 그는 "2020년 100이닝 가깝게 던졌다. 올해보다 최소 30이닝은 더 던지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규정이닝은 아니더라도 그에 근접하게 던지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선발 투수들은 보통 규정이닝 투구를 1차 목표로 잡는다. 그러나 이민호는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단계별로 올라서고 싶어 한다. 그는 "최상의 몸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입단했다. 구단과 코치님, 선배님 덕분에 지난해에는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라며 "늘 욕심내지 말라고 일러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고, 더 많이 던져야 한다. 규정이닝에 근접하게 던져도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구단도 이민호가 등판 간격에 따른 체력 상태를 유심히 관찰, 등판 일정을 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정찬헌의 부상 경력도 고려해야 한다. LG는 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LG가 이민호를 보호·관리하는 건 팀의 미래로 여겨서다. 이민호는 구위가 좋을 뿐 아니라 신인답지 않게 배짱이 두둑하다. 견제와 슬라이드 스텝, 수비 등 기본기도 탄탄하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빠졌지만, 개막 엔트리 등록, 1군 불펜을 거쳐 한 단계씩 올라서며 선발진의 한자리를 꿰찼다. 시즌 중반까지 신인왕 경쟁을 펼칠 정도로 잘 던졌다. 지난해 4승 4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체력을 보충했다가 한 번에 쏟아부으며 버텼다. 처음엔 열흘 휴식이 좋았는데 이후 7일 휴식 후 등판해도 괜찮았다. 시즌 후반에는 5일 로테이션에 들었어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았다"라며 "개막까지 몸을 잘 만들면 올해 정상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는 게 목표다. 이후 두 자릿수 승리와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형석 기자 2021.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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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삼성 원태인이 말하는 구속과 8월 부진 그리고 2020시즌

삼성은 2019시즌 정규시즌 8위에 머물렀다. 2016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며 아쉬움 속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소득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투타에서 '뉴 페이스'가 속속 발굴됐다. 고졸 투수로 팀에 가세한 원태인(20)도 이 중 하나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원태인은 시즌 준비를 '불펜'으로 했다. 그러나 4월 26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최채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임시 선발'로 대구 LG전을 맡았고 그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4이닝 1실점)을 보여줘 계속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두 번째 선발 등판 경기인 5월 4일 고척 키움전에선 7이닝 1실점으로 데뷔 첫 승까지 따냈다.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무너진 삼성 선발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신인왕 레이스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벽에 부딪힌 순간도 있었다. 후반기 급격히 성적이 악화됐다. 8월에 선발 등판한 4경기에선 3패 평균자책점 14.88로 바닥을 쳤다. 9월 어느 정도 안정감(2경기 평균자책점 4.09)을 되찾고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전체 성적에선 큰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고졸 신인으로 첫 시즌부터 100이닝을 소화했으나 신인왕 투표에서 5위(1위 LG 정우영)까지 밀린 이유다. 허삼영 신임 감독 체제로 시즌을 새롭게 준비 중인 삼성에서 원태인의 역할은 작지 않다. 팔꿈치 수술에서 복귀하는 양창섭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해줘야 한다. 팀이 기대하는 선발 로테이션의 젊은 피다. 그는 "2019시즌 점수는 50점이다. 아쉬움을 발판 삼아 더 높이 올라가는 투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데뷔 첫 시즌을 보낸 소감은. "정말 많은 걸 배운 거 같다. 후반기에 좋지 않은 모습도 보였지만 올해 좀 더 발전하려면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하는지 배우고 느꼈다." -'배웠다'는 건 어떤 걸 말하나. "선발 투수로 한 시즌을 보내려면 체력이 중요하더라. 사실 주변에서 '신인은 후반기에 떨어진다'는 얘길 많이 했는데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직접 겪으니 느끼는 게 많았다. 이번 겨울 이 부분에 중점을 둬 운동하고 있다." -8월 부진도 결국 체력의 문제였을까. "체력 하나만 꼽을 순 없지만 그게 가장 컸던 거 같다. 전반기와 다르게 구속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구속이 떨어지니 장점인 변화구도 통하지 않았다. 그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신인이지만 112이닝을 소화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이 던졌다.(웃음) 처음엔 불펜으로라도 꾸준하게 붙어있자는 생각이 강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좋은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최대한 잡으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많은 이닝을 던지게 됐다. 어떤 것과도 바꾸지 못할 좋은 경험이었다." -시즌 전체 성적에 대한 아쉬움도 크지 않나. "없다면 거짓말이다. 후반기에 무너지지 않았다면 더 좋은 평균자책점, 더 많은 승리를 기록했을 거다. 특히 후반기에는 형들이 잘 쳐주면서 승리 투수가 될 기회가 많았는데 스스로 무너지다 보니까 기록적인 부분에서 많이 떨어졌다." -득점 지원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흐름이 좋았던 전반기에는 득점 지원에 대한 아쉬움보다 내 몫을 해내고 있다는 거에 만족했다. 뭘 해도 잘 됐고,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서 기뻤다. 승리투수가 되지 않아도 팀이 이기면 좋았다." -고등학교 때 구속은 나오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구속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전반기 때 조금 안일했던 부분이 있다. '구속이 언젠가 올라오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후반기 체력이 떨어지니 스피드도 같이 하락했다. 올해 겨울 체력과 함께 스피드 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가장 좋았을 때 체중이 80kg 후반이었는데 지난 시즌엔 91~2kg 정도 나갔다. 당장 체중을 확 빼겠다는 생각보다 길게 계획을 잡고 있다. 90kg 정도를 유지하면서 스프링캠프 때 조정해 좀 더 가벼운 몸으로 시즌을 치를까 한다." -체인지업 비율을 꽤 높였었는데. "아마 체인지업이 없었다면 1군에 오래 있지 못했을 거다. 자신 있는 공인데 너무 그 부분만 생각하다 보니 직구 스피드에도 영향이 있었던 거 같다. 원래 자신 있던 직구보다 체인지업을 더 우선시했다. 민호 형이 시즌 끝나고 '성적에 연연하다 보니까 신인인데 패기 있게 승부하지 않고 변화구 위주로 사인을 내 미안하다'고 하더라. 이번 스프링캠프부터 체인지업을 비롯한 변화구보다 직구나 컷패스트볼 같은 빠른 구종을 연습해 피칭하자고 하셨다. 공감됐던 부분이라 빠른 구종으로 타자와 승부하려고 생각 중이다."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겠다. "스피드 업이 우선이다. 공이 빨라야 변화구도 통한다는 걸 느꼈다." -스프링캠프에서 포커스를 맞출 부분은. "투구수가 70개를 넘어가면 힘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지난해에는 불펜으로 시즌을 준비해 핑계라도 댈 수 있는 게 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선발 투수답게 6~7이닝을 끌고 갈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다." -2019시즌을 돌아보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100이닝을 넘겼기 때문에 50점 정도다. 전반기에 50점을 다 받은 거 같고 후반기는 0점을 주고 싶다.(웃음) 후반기에 처지다 보니 신인왕 후보에서도 밀렸다. 신인왕이 전부는 아니니까 아쉬움을 발판 삼아 더 높이 올라가는 투수가 되겠다." -2020시즌에 대한 어깨가 무거운데. "아직 내 자리가 확고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코치님께 얘길 들었다. 처음부터 경쟁한다는 마음으로 캠프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책임감만큼 의욕이 더 앞선다. 내 자리였으니 뺏기기 싫고 지키고 싶다." -선발로 한 시즌을 보낸다면 생각한 목표는. "지난해 퀄리티 스타트가 10번을 넘지 않았다. 올해는 더 많이 할 수 있는 시즌이 됐으면 한다. 시즌 막바지 부상이 있어서 한 시즌을 다 소화하지 못했는데 부상 없이 풀타임을 해 규정이닝을 채우는 투수가 되고 싶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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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때아닌 포지션 경쟁...PS 대비 순효과 전망

롯데가 시즌 막바지까지 포지션 경쟁을 유도한다. 최상의 라인업을 구축해 포스트시즌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롯데의 좌익수와 3루수 자리는 올 시즌 붙박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최소 3명이 돌아가며 기회를 얻고 있다. 3루수는 김동한이 441⅔이닝(53경기 선발), 신본기가 276⅓이닝(27경기 선발)을 소화했다. 문규현과 황진수도 100이닝 이상 책임졌다. 황재균이 팀을 떠난 뒤 두루 기회를 얻었다. 주 포지션을 이동한 선수도 있다. 상대 선발투수와 당일 타격 컨디션에 따라 선발 출장 선수를 결정한다. 현재 최다 출전 선수 김동한은 지난 14일 무릎 통증 탓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가 자리를 비운 뒤 치른 4경기에서 황진수가 3번, 신본기가 한 번씩 선발 기회를 얻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이 내야수를 기용하는 방침은 명확하다. 안정감 있는 수비 능력이 최우선 조건이다. 그러나 주전 후보들은 대체로 비슷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다음 조건인 타격감이 출전 경기 수를 갈랐다. 김동한은 8월 이후 타율 0.288를 기록했다. 황진수는 교체 출전이 많은 가운데서도 3할 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6-1로 승리한 16일 사직 SK전에서도 안타와 타점을 기록했다. 신본기는 전반기보다 페이스가 떨어졌다. 시즌 전처럼 관심을 모으는 경쟁은 아니다. 하지만 치열하다. 경쟁 체제는 당장 포스트시즌 엔트리 및 라인업 구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3루수 후보들은 대부분 젊다. 한 타석씩 소화하며 얻은 경험이 경기력으로 나타나려면 고정적인 기회가 필요하다. 포스트시즌에 돌입하면 특정 선수를 꾸준히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좌익수도 경쟁 구도가 이어졌다. 가장 많이 나선 선수는 지난해 '3할 타자'로 거듭난 김문호다. 124경기에 출전해 준수한 타율(0.288)을 기록했다. 하지만 롯데가 한창 상승세를 타던 8월에는 박헌도의 출전 빈도도 높았다. 8월 마지막 9경기는 모두 박헌도가 선발 출전했다. 원래 좌투수가 상대팀 선발로 나설 때 기회를 얻었지만 우투수가 등판할 때도 출전하기 시작했다. 전반기 김문호를 끌어내린 이우민도 엔트리를 지키고 있다. 세 명 모두 시즌 막판까지 타격 컨디션을 점검받게 될 전망이다. 두 포지션 모두 상위팀 KIA, 두산의 주전 선수와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선수가 경험을 쌓으면서 선수층이 두꺼워졌다. 공격 능력이 아쉬웠던 선수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너지 효과도 생겼다. 때아닌 포지션 경쟁은 롯데의 포스트시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인이다. 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joins.com 2017.09.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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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악재, 이대호 이어 손민한도 피로누적

7위로 처져 있는 롯데가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났다.  에이스 손민한(32)이 피로 누적으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를 전망이다. 더불어 당분간은 투구 이닝과 적절한 휴식을 배려해 줄 계획이다.  손민한은 26일 SK전에서 1⅔이닝을 던지고 강판당했다. 홈런과 밀어내기 볼넷, 2사 후 5실점 등 평소 손민한으로서는 믿기 힘든 피칭이다. 더구나 2005년 8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1⅓이닝만 던진 이후로는 자신의 최소 이닝 투구였다. 성준 투수 코치는 27일 손민한의 문제점에 대해 묻자 "피로가 누적돼 전체적으로 안 좋았다.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로하다보니 제구력이 마음대로 되지 않고 구위도 떨어졌다. 볼 스피드는 평소와 다름없이 나오지만 볼끝이 무디어졌다는 것. 손민한은 올 시즌 15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허용했는데 최근 2경기에서 3개를 맞았다. 홈런도 장타자가 아닌 시즌 홈런수가 0개~2개인 박재상·박정권·나주환에게 허용했다.  피로가 누적된 손민한은 7월 1일 일요일 경기에 등판하지 않을 계획이다. 26일 던지고 4일 휴식 후 5일째되는 날이지만 로테이션을 뒤로 돌리기로 했다. 성 코치는 "한 경기 더 하려다 부상을 당하면 더 큰 손해다. 다음 주로 등판을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손민한은 올 시즌 15경기에서 100이닝을 던져 평균 6⅔ 이닝을 책임졌다. 성적은 7승 5패 평균자책점 3.33. 에이스로서 할 몫은 하고 있다.  팀마다 선발 로테이션 중 1~2선발의 등판 일정을 5일씩 딱 맞춰서 구위가 좋은 투수를 한 번 더 출장시키지만 롯데는 반대로 에이스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롯데는 당장 하늘을 보며 비가 오기를 바라고 있다. 비로 인해 경기가 한 차례 취소되지 않는다면 주말 삼성과의 3연전에는 송승준과 2군에서 올라올 염종석 외에도 임시 선발 한 명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용섭 기자 2007.06.2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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